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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의 사진관 Jun 04. 2022

십개월의 미래 _ 여성의 임신을 바라보는...

여성의 임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밖으로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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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 프로그래머인 미래에게 찾아오는 변수는 늘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레 찾아온 '카오스'로 인해 변수가 생기는데 명확한 답을 찾아내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만 가고... 이번 영화는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기까지의 고민과 불안, 두려움을 담은 작품으로 지금까지 미디어에서는 아이를 낳기 위해서나 낙태를 하기 위해서 고민하는 이분법적으로 나누었다면 '십개월의 미래'는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성의 모습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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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웃으며 볼 수 있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현실적인 부분들이 와닿기 시작하며 장내가 숙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이를 가지면 좋다라고들 하지만 아이를 가진 여성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들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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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으로서 겪어보지 못한 여성의 불안과 두려움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는데 이를 제대로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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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이야기를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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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에 관한 주제는 여성들 안에서만 이야기되어 왔지만 사실 여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는 여성 혼자서 낳는 것도, 키우는 것도 아니기에 지금에서라도 이러한 영화가 나와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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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듯 '십개월의 미래'는 출산과 낙태 사이에 고민하고 처음 겪는 몸의 변화에 두려움과 불안해하는 '미래'의 모습을 통해 임신이 단순히 아이를 가진다는 것이 아닌 여성에게 심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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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과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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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초반과 중반까지는 해학과 풍자로 인해 웃으며 볼 수 있었지만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임신이 단순히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닌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다뤄 장내가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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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개월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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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상이 되고 출산하기까지의 십 개월은 아이를 받아 들 일 수 있는 준비가 되었든 안되었든 관계없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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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 "왜 저만 막막한 거죠.?"

의사 - "다들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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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여정을 함께한 관객에게 '미래'와 '의사'의 대화에서 '미래'의 걱정과 두려움은 '미래'만이 겪는 것이 아닌 모든 여성이 겪는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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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엄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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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두 단어에 정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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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친구이자 아이의 아빠인 '윤호'는 같이 상해로 떠나자고 말하는 '미래'와 다투다 "너는 엄마잖아"라고 말한다. 두 마디도 안 되는 짧은 단어에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너는 엄마니까 아이를 위해 헌신해야해(포기해야해)' 엄마이기 이전에 '미래'는 어디로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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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해야 한다는 말을 타인에게 들으면 그것은 선택이 아닌 강요다. 엄마이기 전에 그녀의 인권은, 선택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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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한테 봉사하고 살아야 한대이 너의 인생은 너의 것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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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 커리어의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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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들의 청첩장을 많이 받는 가운데 친구에게서 지인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응!?!?"이라는 반응이 나도 모르게 나왔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달 전에 봤을 때만 해도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가지게 되어서라고 말하며 나도 그에 대해 축하할 일이라고 이야기했던 걸로 기억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매사에 열정적이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친구였고 이쪽 일은 아이를 돌보며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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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 마찬가지였다. 미래가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성공해서 상해로 지부를 옮기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잠시 임신했다는 사실을 밝히자 대표의 반응은 차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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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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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의 반응에 '미래'의 표정도 이를 보는 내 표정에도 물음표가 가득했다. '임신을 한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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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대부분을 받쳐 이제야 결실을 맺은 일도, 갑작스레 찾아온 아이도 책임을 지고 싶은 미래는 차가운 사회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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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 우울증과 아이를 낳은 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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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전 만났던 선배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아이로 인해 행복할 거라는 말을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축유기를 차고 육아에 지친 선배의 모습은 미래의 내 모습인 것처럼 느껴졌다. 선배가 말했다. "아이가 나오면서 모든 뼈를 부서뜨리고 나왔어."라며 울음을 터뜨린다.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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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출산을 한 여성은 마냥 행복에 겨워 보인다. 그 이면에 보이지 않는 것을 살짝 엿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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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며 느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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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라서가 아니라 임산부를 향한 사회적 시선과 제도적으로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임신을 했기에 취업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며,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너무나 부족하다. 금전적 지원이 자신의 꿈을 위해 일을 하는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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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분들의 연기와 섹션을 나누어 보여주는 연출 등 덕분에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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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아직도 너가 낯설지만 최선을 다해 널 만날 준비를 하고 있어. 나는 이름 없는 곳에 들어선 느낌이야. 영원히 떠돌게 되는 건 아닐지 두렵기도 해. 하지만 카오스, 널 기다리고 있어. 곧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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