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의 봄

by 물냉이

아까시의 봄


나의 봄은 사라졌어요

지난가을 뿌리에 닿던

남은 수피가 말라버리곤

추운 겨울이었어요

물 올리지 못하는 사월

새가 울고 꽃이 피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활짝 핀 개나리에 노래 부르고

바람에 날리는 벚꽃잎에 울었어요

봄이 가는데 새 봄이 왔어요

흙과 바람과 오후의 햇살

계곡 물소리 넘어 까마귀 울음

꽃잎 되었다 물이 되었다

세상이 되는 봄이에요


슬픈 일이지만 나는 이제 내가 아닙니다. 마른 줄기에 잎을 피워내지 못하니 꽃도 없습니다. 그래도 나에게는 곤충이 자라고 새가 모여듭니다. 조금씩 떨어지는 가지는 흙으로 돌아가 새로운 생명을 품을 것입니다. 슬퍼하지 마세요. 이제 다시 이숲을 채울 나무들과 꽃들을 기다려 주세요.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생명의 경계를 넘으며 세상의 하나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