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세상에서
공원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 잔디밭은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 군데군데 구멍이 나고 흙이 드러나게 된다. 그런 자리에 들어와 터를 닦는 식물들이 있다. 마디풀이나 질경이 같은 식물들이 그런 친구들이다. 이런 식물들을 답압 식물이라고 한다. 밟아도 쉽게 쓰러지지 않는 근성을 가진 그들이지만 먼지가 앉거나 누군가에 밟힌 자국을 보게 되면 안쓰럽기도 하다. 파주에 있는 율곡습지공원에서 족제비쑥을 만났다. 족제비쑥은 한강둔치의 나지나 길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 년생 초본으로 마디풀처럼 답압 식물이다. 부드럽게 갈라진 이파리나 꼿꼿이 세운 꽃대를 보면 곱게 자란 도련님 같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험난한 환경에서 흔들리지 않고 살아간다. 우리는 가끔 여리고 나약해 보이지만 똑부러지게 야무지고 강한 사람을 만나는데 족제비쑥이 그런 식물이다.
향기로운 삶
족제비쑥은 북미에서 건너온 외래종으로 달맞이꽃이나 미국쑥부쟁이처럼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자신의 영역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는 식물이다. 잎에서는 독특한 향기가 나는데 족제비쑥이 속한 Matricaria속(genus)의 식물들은 감기나 건강에 좋은 차로 이용되거나 음료수로 만들어 이용되는 것들이 많다. 허브차로 많이 마시는 캐모마일(chamomile)도 Matricaria속에 속한 식물이다. 대게 토양이 기름지고, 좋은 환경에서 자란 식물들이 좋은 향기를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향이 좋거나 꽃의 색이 진한 것들이 많다. 쉽게 생각하면 꽃가루를 매개해주는 곤충들을 열악한 환경에서 유인하기 위해서는 향이 강하거나 꽃의 색이 두드러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는 환경이 어렵다고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강하게 스스로를 단련하고 꽃을 피우는 삶. 그런 삶을 사는 사람에게서 진한 사람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오늘은 또 어느 곳에서 향기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를 만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