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열면 보이는 것들, 흔적

by 물냉이

유명해진다는 것

유명해질 수 있는 것은 연예인이나 예술가, 정치하는 사람, 간혹 과학자나 발명가 들의 몫일뿐이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에 알려질 수 있으며, 어느 순간 모든 이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그리고 잘만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큰 금전적인 이득을 얻기도 한다. 이런 것이 돈이 될 수 있었을까 싶었던 것들이 무시하지 못할 수익을 가져다주고,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화폐가 세상을 들썩이게도 한다.

우리는 세월보다도 빠른 변화의 세계에 살고 있다. 문화가 변화고 오늘 세운 가치관도 내일이면 낡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다. 수명은 100세를 넘어 살 수 있게 된다는데,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잘 적응하며 살 수 있을까? 더구나 유명하지 않은 사람인 내가, 유명할 일도 없는 내가 세상의 빠른 수레바퀴의 돌아감을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을까.

많은 것들이 정보가 되는 세상이다. 버스를 타도, 운전을 하며 길안내 앱을 시행해도, 휴대전화로 검색을 해도 모든 것들이 정보가 되어 내가 한번 보지도 못한 사람에게 정보로 차곡차곡 쌓여 제공된다.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조차 기록으로 남는 세상인데, 왜 나는 세상이 기억할 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자각하게 되는 것일까.

천천히, 조금씩

비 내린 식물원을 걷다가 땅에 흔적을 남기며 기어가는 달팽이를 보았다. 잘 가다가 멈추거나 갑자기 방향을 틀기도 하며 나아가던 달팽이가 한자리에 멈추어 움직이지를 않는다. 무엇 때문일까, 지쳤나, 자는 걸까, 먹이를 찾아 나왔다가 굶주림에 지쳐 움직이지 못하는 것일까? 그래도 저 달팽이는 자기 흔적이라도 남기고 가는구나.

그런데 달팽이도 자신의 흔적에 골몰할까? 스스로 남긴 흔적들을 업적이라 자랑하고 다닐까. 달팽이의 천적들에게는 달팽이의 흔적이, 사냥감을 찾는 좋은 수단일 뿐이다. 세상에 무엇을 남길까를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꾸준히 가다, 잠깐 고개를 들고 세상을 바라보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으면 그것으로 그만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달팽이가 자신의 크기에 비하면 꽤나 먼길을 걸어온 것이다. 어찌 보면 아쉬운 길도 다시 보면 행복한 길이 될 수 있다. "인생은 빨리 가서 행복한 것이 아니다. 느리게 가도 초조해하지 않고, 자신의 길에 만족하고 감사할 수 있다면 그게 진짜 행복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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