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장 절정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은 앞으로 떨어지는 일만 남았다는 전주이기도 하다. 무르익은 것은 모든 것의 궁극이긴 하지만 최고의 시간은 항상 쏜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골목을 나서다 너무 익어 바닥에 떨어져 터져버린 홍시를 보았다. 지구에서 무게를 가진 모든 것은 자유낙하를 한다. 그러기에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어디로, 어떻게 떨어지는 가의 문제는 남아 있다. 감이 아닌 사람의 일이라면 그것은 더 진지해진다.
한 분야에 십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한 사람이라면 그사람은 나름의 성과를 얻게 된다. 그는 자신이 일한 분야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게 되며, 자신감도 가지게 된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면, 그가 지니고 있는 것들은 그냥 버려지기 쉽다. 물론 연관이 있는 다른 직장으로 옮겨 계속 활동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다른 분야의 일을 하거나 더 이상 일을 못하게 된다면 그가 그동안 쌓아 놓은 경험은 골목의 감나무 가지에 달린 무르익은 감과 같다. 그의 경험은 자유낙하를 맛보아야 한다.
감을 홍시로 길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방법이 몇가지 있다. 감이 익기 전에 껍질을 벗겨 곶감을 만들면, 겨우내 바람을 맞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 분을 내는 곶감이 된다. 홍시로 먹고 싶다면 너무 익어 떨어지기 전에 따서 잠깐의 후숙과정을 거치면 맛있는 홍시를 먹을 수 있다. 후숙이라야 별거 없다. 그냥 따서 깨끗한 그릇에 담아 놓아두면 감은 저절로 익는다.
살아가며 낯선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자포자기 하거나 당황할 필요가 없다. 그래봐야 떨어지는 실패를 맛볼 뿐이다. 당신이 많은 것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살리지 않기 때문이다. 아래를 바라보지 말고 앞을 바라보자. 아래 단계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그 일에 이제까지 내가 해온 일들의 경험을 녹여 넣는 작업을 해보자.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며, 스스로를 한계의 벽안에 가둘 필요는 없다. 우리에겐 새로운 방식이 출발이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