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열면 보이는 것들, 보일듯 보이지 않는 길

by 물냉이

가끔 사는게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나이는 먹어 가는데 준비해 놓은 것은 없고, 어디에 내 자리 하나 확실히 마련해 놓지 못한 것이 더욱 미래를 걱정하게 만듭니다. 어쩌다 일이 조금 잘되어 앞이 좀 보이는가 싶다가도 주식에 파란색처럼 순식간에 저 아래로 떨어지는 감정을 추수리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을 길에 표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탄탄대로를 잘 가는것 같다가도 갑자기 천길 벼랑길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남원에서 운봉으로 넘어가는 지리산자락의 고갯길, 차로 운전하기에는 길지 않은 구간이지만 모퉁이를 만나면 앞에서 어떤차가 다가올지 보이지 않아 위험하기만 합니다. 모퉁이를 돌아도 길은 짧게 보이고 위험한 계곡만 눈에 들어옵니다. 이렇게 운전하기 힘든 길은 미리 지도를 보고 마음에 준비를 해두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디 사는게 그런가요. 마음은 늘 미리 준비하려 하지만 대책없이 낯선 길을 갈 때가 더 많습니다.

세상이 고속도로처럼 저 끝까지 잘 보인다면 준비할 시간이 있어서인지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길을 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속도로만을 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꼬불거리는 고갯길을 잘가는 방법은 최대한 속도를 줄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약속시간에 늦는다고 서두르라 합니다. 보일듯 보이지 않는 산길이 답답한 순간입니다.

험한 고갯길을 넘어가던 그때 차의 속도를 줄이고 창을 열었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안전이 우선이니까요. 그때 길을 제외한 사방을 채우고 있는 푸른 숲과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계곡을 지나는 다리를 건너며 여유로운 공간에 차를 세웠습니다. 사실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시간은 여유가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다리 위로 걸어가 계곡의 풍경을 바라보았습니다. 바람에 섞여 귀를 채우는 물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곡을 채웁니다. 마음이 가라 앉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목적지만 생각하면 서두르게 되는데, 주변을 바라보니 서두를 일이 아니었습니다.

보려고 애를 쓰면 쓸 수록 보이지 않는 것이 길이지만, 억지로 보는 것을 포기할 때 저절로 길이 보일 때도 있습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많은 이들의 눈에 보이는 것만 보려했을 때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떠올려 봅니다. 보이지 않는걸 본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 처럼 보이지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눈을 조금만 옆으로 돌리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험한 지리산의 고갯길에서 속도를 줄이고 창을 열었을 때 나에게 다가왔던 초록의 숲과 하늘처럼 목적지가 아닌 것들을 위해 눈을 돌려야 겠습니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목적지까지 행복하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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