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

by 물냉이

바리

걸어 본 사람은 안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길을 나서면 며칠 되지 않아 후회한다는 것을. 먼길을 가려면 짐을 가볍게 하고 꾸준히 걸어야 한다. 새해 첫날 나선 길에서 문 연 집을 못찾아 오후 늦게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걷기만 했던 적이 있다. 때로는 적절히 챙길줄도 알아야 한다. 걷다보면 안다. 누구와 친구가 되고 누구와 같이 걸어야하는지. 때로는 도인이 된듯 세상을 주유하지만, 어떨때는 약아빠진 잔머리꾼이 된다. 진눈깨비가 비처럼 쏟아지는 밤, 불빛없는 산길을 걸으면 오로지 도착할 곳에 있는 따뜻한 숙소만 생각한다. 그렇게 몇시간을 걷다보면 어떻게든 목적지에 이른다. 조금씩 철이들면서 세상의 이것저것을 챙기는 것을 깨닫는다. 길을 걸을줄 안다면서 생활이 길임을 모른다. 어느 바닷가에서 주운 돌하나 주머니에 며칠을 넣어 가지고 다니며 틈날때마다 조물락거리다 어느 바위에 앉아 멀리 던져버린다. 돌이 금이고 금이 돌되는게 길이다.



[겿]

"동호해수욕장이 저만치 아래로 보이는 쉼터에 앉아 부은 발을 주물렀다. 추위보다 피로가 더 힘들 때가 있다. 파도들이 철책에 같힌 갯바위에 부서지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해수욕장에서 조금씩 커지는 점 하나가 다가왔다. 벌레만하던 것이 조금지나자 수박만해졌고, 그때 나는 그가 다리를 절고 있다는 걸 알았다. 명퇴는 그에게 또다른 멍에가 되었다. 길을 걸으며 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아파도 즐거웠는데 여정의 끝이 다가올 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또 어찌생각하면 속편하다고 했다. 애들도 크고, 노후도 크게 부족함이 없다 했다. 발의 부기를 빼고, 다시 걷는 그의 등에 얹힌 배낭이 조금은 가벼워 보였다."

길에는 빨리 가려는 사람도 있고, 천천히 유유자적 하는 이도 있습니다. 길이 막히면 돌아가고, 비가 내리면 우산을 준비하지만 결국은 길을 갈 뿐입니다. 바리바리 삶을 움켜지고 살지만 늙고 병들면 한없이 쭈그러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세상의 순리가 이해됩니다. 겨울이 춥고 어렵지만 그 길을 애써 피해가고픈 마음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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