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를 보다가

by 물냉이

매화를 보다가


아련하더군요

꽃이야 작년 보던 그 꽃이고

파란 하늘이야 해 걸이를 해도

며칠에 한번은 제 얼굴을 비치는 걸

다 아는 일인데

그게 무서운 거더군요

멀쩡하게 계절은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싹을 틔우는데

우리는 아니었습니다

구부정한 어깨로 추억을 말하고

흰머리 헤아릴 필요없이

세월을 얼굴로 짊어 맺더군요

가지 끝 매화가 하얗게 빛날 때

그래도 아직은 절정을 말할

손톱 만큼의 정열에 기뻤지만

돼지갈비를 숯불에 얹으며

폭탄주를 돌리는 어설픈

쑥맥들 이었습니다

가로등 불빛에 시절없이

매화 꽃잎 분분 떨어질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