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에서
황강. 홍수마다 넘어 오던
수천의 이야기가
이 미터 수심 아래
여름과 가을, 봄 겨울로 쌓이면
햇살 좋은 어느 아침
이 빠진 동그라미 자줏빛 가시연
수면 위에 줄을 서
응어리진 몽울들 풀어 주더니
백련 홍련 향기로운 연밭에
꽃향 가득하면 님 오시려나
줄기 꺾인 연밭 지나
머리 푼 갈대숲 가장자리
큰기러기 한마리 날아 오르네
백합나무 숲길 지나면
금모래 가득한 황강따라
멈추었던 물길 다시 흐르고.
*정양 :합천군. 정양지
걷기여행자. 싱거우면서 쌉사름하고, 납작 깔리다 불처럼 일어서기도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