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가을 비 내리는 달천을 걸었습니다
상수리나무 잎 다 떨어진 세심정에서
골바람 타고 오르는 물까치 울음소리
따라가며 아홉 구비 전설을 찾았습니다
설움이 크면 울음도 깊어져
물길에 발 담그고 아린 마음. 떨궈 봅니다
사람 없는 숲길을 시끄럽게 걸었습니다
두려움은 늘 말이 많아지게 합니다
옻나무 밭두둑을 걸어 으름 넝쿨
잎 푸른 길에서 계곡을 내려 봅니다
시간을 허락한 세속의 신께 감사하고
문 두드려준 구곡을 노래합니다
오늘이나 내일도 달강 따라 걸으며
꽃으로 지거나 물로 흐르는 기쁨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