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
방을 나가지 않았다
새 물건들이
택배 상자와 함께 구석을 채우고
버리지 못한 문구류처럼
쓰지 못한 감정들이
설합들의 빈 공간을 채웠다
언제였을까
따스하게 지어진 밥을 먹어 본 적이
기억은 있지만 떠올리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마트에 들렀다 집으로 가는 길에
보름달이 하늘에 구멍을 냈다
걷기여행자. 싱거우면서 쌉사름하고, 납작 깔리다 불처럼 일어서기도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