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나무
강으로 나갔지
한 쪽은 태백을 향하고
다른 쪽은 마리산 갯벌에 발 담그는 곳
바람을 따라 걸었지
호안을 따라 선 스크령들은
서걱거리며 구호를 외치고 있어
지난밤 잠 못 이루고
갈아 두었던 단어들을
하나 둘 발 옆에 떨구며
오늘 가야 할 강길을 가늠해
나는 길게 늘어선 양버들이기도 하고
물골 쌓인 뻘위에 뿌리를 내리는
버드나무 무리가 되기도 해
혼자 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야
그래도 한 번은 저 벌판에 상록수처럼
서 보아야 인생이지
강에 나갔지
나무로 서고 싶어
말 못 하는 것들의 말을 듣고 싶어
마음으로 귀를 열면
커다란 바오밥나무
물억새군락 위로 꽃을 피우고
루브라참나무 홀로 해를 가르는
광대나물 화사한 봄날
강으로 나가 나무가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