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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한강나무

by 물냉이

한강나무


강으로 나갔지

한 쪽은 태백을 향하고

다른 쪽은 마리산 갯벌에 발 담그는 곳

바람을 따라 걸었지

호안을 따라 선 스크령들은

서걱거리며 구호를 외치고 있어

지난밤 잠 못 이루고

갈아 두었던 단어들을

하나 둘 발 옆에 떨구며

오늘 가야 할 강길을 가늠해

나는 길게 늘어선 양버들이기도 하고

물골 쌓인 뻘위에 뿌리를 내리는

버드나무 무리가 되기도 해

혼자 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야

그래도 한 번은 저 벌판에 상록수처럼

서 보아야 인생이지

강에 나갔지

나무로 서고 싶어

말 못 하는 것들의 말을 듣고 싶어

마음으로 귀를 열면

커다란 바오밥나무

물억새군락 위로 꽃을 피우고

루브라참나무 홀로 해를 가르는

광대나물 화사한 봄날

강으로 나가 나무가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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