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방, 그리고 봄
유채들이 몸을 풀고 있습니다
만개한 꽃 갈아엎은 지
3년 만에 다시 피우려 합니다
바다에서 온 바람이 솔숲을 지나
너른 밭에 내려앉습니다
포말을 품은 꽃들은 열흘 뒤
일제히 노란 향기를 터뜨리며
마스크 벗은 후각세포들을 적셔 줄 것입니다
다행입니다
분기공 때문에 냄새를 잃은 고래들도
파도를 타고 넘으며 봄길을 따라옵니다
서운해 말라고 서둘러 핀 유채들이
꿀처럼 진한 노래를 고래에게 들려줍니다
맹방에도 봄이 익고 있습니다.
걷기여행자. 싱거우면서 쌉사름하고, 납작 깔리다 불처럼 일어서기도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