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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냉이 Jun 08. 2023

익어  가는 것

익어  가는 것


그날의  하늘처럼  자연스럽게  덧바른 것  없이

흐르는  물을  비추어  작은  나무  한그루  풀한  포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한 끼  거른  오후처럼  볼  맨  얼굴로  사소한  

트집을  잡다  스스로  복받치는  화를  참지 못할  때

바닷가에  가만히  앉아  밀려오는 파도의

반복이  갖는  의미를  헤아리며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

길가에  붉은토끼풀  바람에  시달리고  발길에  차이는

고만고만한  인생이라 해도 사랑도  하고  꽃피는

아름다운  날들이  있다는  것을  존중할 줄  아는 것

삶이야 쓸 것은  많지만  변변한  책 한 권  써보지  못한

물결에  이리저리  구르다  햇빛에  비쳐  반질거리기도 하는

수많은  몽돌  중에  하나일  뿐이라는  걸  깨달아도

실망하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걸어

산자락에서  쉽게  만나는  생강나무처럼  무심코

스쳐도  부드러운  향을  낼  줄  알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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