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운리에서
길 위에서 지내는 날이 많다 보니
전망 좋은 카페에 들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여름이 되면 쉬어가는 횟수가 더 늘 것 같습니다
더운 햇볕 못 견디는 시간도 다스리고
익숙해지지 않는 커피를 앞에 둔 채
오늘이나 내일의 운세를. 읽어 보기도 합니다
인생은 한정식집 반찬처럼 다양하지만
먹고 나면 피어오르는 어설픈 배고픔처럼
별다를 것도 없는가 봅니다
수다를 떨며 사레들린 잔기침을 해대다가
새끼손가락을 들고 커피 한 모금 마시면서
우아한 세레나데 같은 오후를 흥얼거립니다
예가체프의 밝게 웃는 아이들이 재즈사이로
바스락거리며 튀어나오면 높은 천장의 조명들이
흔들거리며 그네를 탑니다
문득 어느 길모퉁이에서 만난 기분 좋은 저녁처럼
오늘도 그날처럼 괜찮은 날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