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깬 아침은
계산하지도 않은 하루에
우수리를 받는 느낌이다
어둠이 늘 파도에 밀려
흐려지는 경포 바다는
부끄러운듯
낮게 깔린 구름을 덮고
수평선 끝으로 등을 돌린다
붉은 것들은 언제나
껍질 속에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있다
갈매기를 따라 바다 위를 날거나
멀리 고깃배처럼 천천히
모래 위를 걷는다
모처럼의 여행이 누구에겐 일상이듯
겨울 파도가 무심한듯 몰려와
사랑, 새해, 꿈, 이름을 지우고 간다
흉터없이 다시 살아 갈 수 있다면
웃는 얼굴로 손을 내어 밀 수 있을텐데
모래를 풀럭인 바람이 곰솔숲을 지나
경포호 위에 뿌려지며 반짝인다
누구는 철새로, 누구는 텃새로
갈대 목잠긴 겨울 호수를 돌지만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