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서 구례로 넘어 가는
형제봉 아래 골짜기에는
골 깊은 곳에서 샘솟은 물이
조령천의 발원이 됩니다
새들도 쉬어 가 샛재인 길을
짧은 겨울해 따라 천천히
걸었습니다
물소리를 밟으며 아직 어린
고로쇠숲을 지나 어둠이
한꺼풀 내려 앉을 만큼만
가다 돌아섰습니다
내려오는 산길에서
조막감을 따먹고
달콤한 첫맛과
두번째 떫은 맛을 보았습니다
어둠은 성큼 골짜기에 내려 앉고
물소리는 커져 발길에 채입니다
걱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먼길은 잠시 미루고
짙어가는 별을 헤아리기로 했습니다
물소리, 새소리, 별들의 노래 소리
하나 둘 꼽아볼 요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