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유에서
까마귀들도 바다에서는 갯것을 찾는다
사유지로 가로 막힌 바다를 찾아
군부대 담장에 기대 구름낀 하늘을 본다
각도를 높인 비행기들이 뻘을 떨구며 이륙하고
땅 위에 나는 잠시 나는 것을 고민해 본다
갯벌에서 반짝이는 농게들은 일상의 기수이다
갯골의 자작한 물을 걸어 숭어들의
힘찬 몸짓을 따라 간다
저 먼 바다에서 시작해 빠르게 퍼져 오르는
푸른 고래의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바다로 향한 아이에게 바람이 불어 온다
골과 골의 능선을 따라 칠면초들이 싹을 티우고
오후의 햇빛이 갯벌 위에서 타오를 때쯤
칠판 위에 남은 희미한 이름과 나무책상 위
튀어나온 가시의 꺼끌함이 빨래줄 널리듯
어지러운 전깃줄들을 따라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하나 둘 백열등을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