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근진에서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갔을까
해무 자욱한 바닷가에 젖은 모래들이
파도를 업고 자장가를 부른다
이름도 없이 찍힌 발자국들은
지구가 하루의 반을 돌면서 처음으로
돌아갔다
뭉개진 유화 속으로 나무들이 걸어
들어가면
베누스의 신전에 옅은 솔향이 퍼지고
성전을 지키던 용병들은 낚싯대를 챙겨
밤바다에 앉는다
심연의 어둠 속에서도 꽃은 핀다
소리가 들리는 바다로 들어가 그물을 내려
별처럼 반짝이는 심해어들을 건져내면
폭죽 터지는 안개바다에 만선의 깃발이 펄럭이고
나그네는 늙은 어부의 노래를 부른다
사근진에 해무는 점점 더 짙어져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