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곶리에서
몇 번의 달이 지나면 저 들판에도
봄이 오고 꽃이 필 것이다
임진강은 때를 노려
허리까지 물을 채울 것이고
꽃과 나무는 철을 따라 다시
심어질 것이다
율무 낟알을 찾던 재두루미들은
늙은 뽕나무 위를 선회하다
임진강 마른 여울에 내려
자갈에 부리를 닦는다
나는 돌무지무덤 앞에 서
매끈한 호박돌 사이에 섞인
현무암의 얽은 얼굴을 보듬는다
홍수터를 걸어 나오는 내내
거세당한 흙들이 신발에 달라붙고
잠깐 마른풀 위에서 흙을 턴다
참새를 쫓듯 흙덩이들이 뭉텅
떨어져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