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동해변에서
가끔 바다는 속삭인다
펄콩게 집수리 하는 모랫벌을
킁킁 거리며 스치거나
몽돌 바지락 거리는 돌틈을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그곳에 가면 움직이는 바다가 있다
해뜨기 전 몽돌계단에 앉아
꺼칠한 눈을 비비며
어둠 속에서 끙끙거리는
바다의 앓는 소리를 듣는다
세상의 가라앉는 모든 것들을
가슴에 품고 지난밤 내내
삭여냈을 것이다
역사는 바다에 장벽을 쌓고
바다는 몽돌을 밀어 올려
새 역사를 꿈꾼다
몽돌이 태어나고 깎이며 자라
약돌이 되는 구리동에서
절벽에 매달린 간절함으로
꽃을 피운다 바람으로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