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들이마셔 보는 것이다
좁은 창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
두 눈이 감기는 피곤함을 꾸려
가벼운 재즈가 흐르는
기다란 탁자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헤아려 보는 것이다
드립 커피의 신맛을 혀 안쪽에 굴리며
살아온 날들을 엔틱 가구처럼
손때를 묻혀 닦아 내는 것이다
삶은 청춘을 찾아 봄숲을 어스렁거리며
꽃을 피우고 저마다의 열매를 맺는다
커피알 위에서 댕굴 거리던 오후 햇빛이
늘어지기 시작하면 세상의 것들도
조금씩 느려진다
창가에 노린재 한 마리 산책을 나서고
가볍게 머리를 흔들며 잠을 턴 우리는
신갈나무 숲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