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방에서
벚꽃 질 때쯤 오시라 했습니다
볍씨만 한 버찌가 달리기 시작하면
유채향 더욱 깊어진다 했습니다
해송 숲지나 모래 바람 일면
먼 산 굴참나무 잎을 틔우고
거제수나무 박달나무 꽃을 엽니다
그때 오셔서 산길을 걸어보자 했습니다
두릅나무 싹도 따고 양지꽃 사진도
찍어 봐야겠습니다
툭툭 임도에 떨어진 돌들을 치우며
까막딱따구리 나무 뚫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늬엇늬엇 산골에 지는 해를 함께 보렵니다
덕봉산 이대 줄어들고 마읍천 하구
무궁화 피고 지고 또 피면
회국수 한 사발 먹고
솔숲 걸으며 좋다고, 좋은 날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