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각나무
밥을 조금만 먹기로 했다
부스럼 지듯 뱃살도 허물을 벗었으면
배꼽이 얕아지면 근심도 작아지겠지
산을 오르기로 했다
계곡을 벗어나 소나무 숲을 이루는
능선 옆에서 멧돼지 낙엽 뒤진
흔적이 마르길 기다려야지
부숙 된 흙이 뒤집힌 곳에서
겨울을 난 도토리들이
뿌리내리는 것을 도와줄 것이다
배고플 때만 먹고
산길을 조금 더 걸어 떡갈나무에게
숲의 이야기나 들어야겠다
덤덤하게 꽃을 피우고
쌉쌀한 이야기들로 씨를 맺는
살아가는 일에 열심인 나무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