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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냉이 Jun 27. 2023

노각나무

노각나무


밥을  조금만  먹기로  했다

부스럼 지듯  뱃살도  허물을  벗었으면

배꼽이  얕아지면  근심도  작아지겠지

산을  오르기로  했다

계곡을  벗어나  소나무  숲을  이루는

능선 옆에서  멧돼지  낙엽  뒤진

흔적이  마르길  기다려야지

부숙 된 흙이  뒤집힌 곳에서

겨울을  난  도토리들이

뿌리내리는  것을  도와줄  것이다

배고플  때만  먹고

산길을 조금 더  걸어  떡갈나무에게

숲의 이야기나  들어야겠다

덤덤하게  꽃을  피우고

쌉쌀한  이야기들로 씨를  맺는

살아가는  일에  열심인  나무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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