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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냉이 Sep 03. 2023

새들이 온다

새들이 온다


높은 하늘을 날며

시베리아의 바람과 몬순에 맞서던

철새라 불리던 새들이 온다

그리움은 익숙함으로 대체되고

본능은 삶 앞에서 작은 불편이 되었다

골목의 쓰레기봉투를 뒤지고

공원의  나뭇가지에  앉아 먹이를  두고

동류들과  왁왁거리며  싸움을  하며

가끔 타이가의 잎갈나무 숲을 그리워한다

사람을 보면  두려워하고  경계를  두던

자팡 고원의  빙하 물을  마시던 새들이

도로변 고인 물에  부리를  씻고

어두운  뒷골목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린다

새들이  온다

절해의  고도에  터를  잡고

비바람에  깃털을  고르며 계곡을  날던 새들이

계단을  오르고  가로등  위에  앉아  

불침번을  선다

개가  짖고  고양이가  노리는  골목의

전깃줄  위에서 흔들리는  세상을  가늠한다

고층의  처마에 집을  짓고 카톡을  하며

나는 방법을 조금씩 잊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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