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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냉이 Oct 11. 2023

버스를  기다리며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햇살은  은행나무  가지에  앉아

노랗게  물들어 가고

국화 같은  한 사람이  나무  그늘에  서서

오고 가는 오후를  정독하고  있다

건널목의 신호등이  초록으로  바뀌면

손을 잡은  노부부가  조심스레  길을 건넌다

기다려보면  안다  

올 것과 오지  못할  것들을  구분하는  법을

흘려보낸  시간의  소중함을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의  크고 작은  의미를

아직  남은  십여분의  시간이

느티나무 주변을  맴돌 무렵  

당신에게  전화가  하고 싶어 진다

까마중이  까맣게 익어가는  이야기와

나팔꽃들  사이를  날아다니는

박각시의 부산한  한나절을 전해주고 싶어진다

버스가  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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