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
올 사람 아직 오지 않은 강변엔
물억새만 가득 바람을 타고 있습니다
가을입니다
율무 베어내던 들에는 꼬투리 단 콩들이
무서리 내리는 밤을 견디고 있습니다
계절은 산 것들을 철들게 합니다
이제는 고개를 숙일 때입니다
고지 위로 피어오르는 별들은
능선을 오르내리며 작전을 수행하고
여울의 울음은 새들을 지새우게 합니다
강변의 물억새들도 이제는 흰머리로
나지막이 삶을 이야기합니다
누구나 한 번은 빛나는 날이 있습니다
삼곶 돌아가는 물가에 심은 댑싸리도
말라가고 있습니다
해가 스러지고 강변에 얼음이 얼면
눈 내리는 들판 재두루미들
겨울을 지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