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질 무렵
풍경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직 해가 남아 있을 때이다
바위에 앉아 저녁이 다가오는
바다를 본다.
파도를 따라다니며 바다는
해변에 금을 긋고
추억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조금씩 다르다
저녁이 오는 것을 보려면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모래를 밟으며 으르렁 거리며
오르내리는 욕심을 잠재워야 한다
잔볕을 거두며 물러서는
11월의 쓸쓸함을 어루만져야 한다
하나둘 마을에 불이 켜지고
낯선 발걸음을 기억하는 바다가
어둠 속에서 하얀 이를 드러낼 때
따뜻한 집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