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310
마지막 객차가 플랫홈을 벗어날 때
외로움이 찾아왔다
텅 빈 철도를 지나 들판을 달리고픈 생각에
다음 열차를 타도 된다는 걸
잊고 있었다
기다리는 이에겐 희망이 있고
떠나가는 이에겐 설렘이 있다
남원 역사 모감주나무 노란 꽃마당은
겨울 내내 교래산 바라보며 봄 기다리고
그리고 다시 꽃을 피울 것이다
사람들은 나무처럼 푸른 잎을 입고
저마다의 꿈을 향해 광합성을 한다
떠나지 못해 괴로운 날이면
열차를 타고 마음 끌리는 역에 내려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 틈에 섞이자
그렇게 조금씩 나이테를 늘려
여름 소나기 피할 자리를 내거나
철 따라 싹 틔우고 꽃 피워 열매 맺는
별것 아니어도 단단한 나무가 되고 싶다.
* 99310 : 마지막 객차 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