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리에서
저 새는 지난밤 그렇게 소쩍소쩍 울어대더니
물안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아침
가래 낀 목소리로 강을 건너갔습니다
흑천 모래밭을 기던 달뿌리풀 줄기를 탈탈 털며
내리던 비는 용문산 절집을 떠나 계곡을 뒹굴다
흙탕이 되어 다른 물과 살을 섞고
공세리 어디쯤에서 마음 가라앉히고
남한강으로 스며듭니다
강변에 앉아 물을 바라봅니다
물안개의 먹빛과 물그림자 속 산의 초록은
같은 색이었나 봅니다
어부는 빈 강에 물결을 일으키며 지나갑니다
세상은 온통 흙빛이었다가
신갈나무숲의 검초록이 되고
부서지는 물살 속에서 가라앉은 갈대밭이 됩니다
두런거리는 물소리에 뒤척거리던 밤은
하나둘 세상을 내어 놓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