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에서
명절이면 장항선 비둘기호는
몇 정거장 못 가 기다리기를
반복해 저녁이 되어야
시골역에 도착하곤 했다
전차가 문을 열고 기다리는 동안
비가 내린다
마른 봄을 적시는 비에
목마른 숲은 흘리는 물 없이
하늘을 비우고
다시 채워지는 잔을 마신다
사람 없는 승강장이 젖어들면
하루에 지친 이들은 열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휴대폰의 푸른빛을 따라
꿈을 꾼다
앞산에 원추리가 싹을 틔우고
바람꽃 흔들리는 계곡에서
휘파람새를 기다린다
열린 문 안으로 벚꽃 잎 하나
나풀거리며 날아와 살며시
자리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