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걸어 본 사람은 안다
거리에 넘치는 계절이 있다는 걸
마른 낙엽에 바람이 불어
길고양이 담벼락에 기대 떠는 겨울
아스팔트 구석을 차고 나와 노란
꽃망울 터뜨리는 봄의 민들레가
다 버림받은 소외의 터널을 지나
자신만의 작은 집을 가진다는 걸
골목 모퉁이 밤을 새우는 가로등도
아침이 오면 잠자리에 들고
고시원 쪽방에서 손때 묻은 책들이
과거를 고백할 때 우리도 조금은
같이 울어주고 싶어 진다
어둠이 내린 변두리
늙은 취객이 소주냄새를 뿌리는 골목
마스크를 쓰고 복면가왕의 얼굴로
집을 향하는 마음에
붉은 장미 여름을 기다리며
피기도 한다는 걸
어둠이 빛을 가르는 밤길을
걸어본 이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