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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냉이 Dec 26. 2023

밤길

밤길


걸어  본  사람은  안다

거리에  넘치는  계절이 있다는 걸

마른  낙엽에  바람이  불어

길고양이  담벼락에  기대  떠는  겨울

아스팔트  구석을  차고  나와  노란

꽃망울  터뜨리는  봄의  민들레가

다  버림받은  소외의 터널을  지나

자신만의  작은  집을  가진다는  걸

골목 모퉁이 밤을  새우는  가로등도

아침이  오면  잠자리에  들고

고시원  쪽방에서  손때 묻은 책들이

과거를  고백할  때 우리도  조금은

같이  울어주고  싶어  진다

어둠이  내린  변두리

늙은  취객이  소주냄새를  뿌리는  골목

마스크를  쓰고  복면가왕의  얼굴로

집을  향하는  마음에

붉은  장미  여름을  기다리며  

피기도  한다는  걸

어둠이  빛을  가르는  밤길을

걸어본  이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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