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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꽃의 기원

봄의 변증

by 물냉이

봄의 변증


비가 내려도 더 이상 춥지 않을 때

돌처럼 굳은 교통섬에 몇 년 전 심은

튤립이 죽순처럼 잎을 낼 때

그런가 보다

냉잇국 좋다 하는 자칭 미식가가

종로 한복판 하얗게 꽃 피운

풀의 이름을 물어 올 때

아파트 화단 위 노란 산수유

보도에 흐트러진 매화꽃잎

하나둘 줄어들 때

봄은 온 것이다

집 뒤에서 툭하면 싸움질하던

길고양이가 며칠째 보이지 않고

골목에 세워둔 자동차 옆에

개똥이 늘면

민들레도 노란 꽃 올려 키를 키우고

그러면 이미 봄이다.

담장 위 철망이 애리지 않고

담 너머 고개 내미는 새잎이 삐죽

먼지 뽀얗던 동백잎

봄비에 반질거리는 오늘

바로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