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아까시나무숲을 걷는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에도 살짝 봄의 기억이 묻어난다
그 언젠가 스트로보잣나무에도 꽃이 피었었다는 걸
흔들거리는 잎들 사이로 길쯤하게 벌어진 열매를
보며 깨닫는다
향기 지워진 아까시나무의 암갈색 등걸 틈으로
물까치의 두런 거리는 말소리들
어떤 나무는 태풍에 쓰러지고 어떤 가지는
혹한의 겨울 쌓인 눈에 부러졌다
오후의 햇빛이 잔설만큼 남아 있는데
기둥처럼 굵은 줄기들은 계절 기억을 적는다
잘 나가는 층층나무도 굽은 허리를 감추지 않고
쓰러진 몸에서 다시 자란 아까시나무도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