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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

by 물냉이

나날


언젠가 이 길을 다시 걸으면

좁고 계단 오르기가 힘들다고

지금 보다 더 진하게 이야기하겠죠

그때까지 남아 있을까요

비가 내리면 가라앉는 흙먼지 대신

시멘트의 꺼끌 거림이 신 바닥

느낌으로 전해지는 골목은

언제고 선명한 기억으로 떠오를 거예요

모퉁이 파란 대문 화분에서 재잘거리는

참나리들은 내년에도 주황색 꽃을

피울 거예요

사는 것이 힘들어도 다 제 나름의

행복이 있다고

천사의 나팔은 꽃이 시들어도

든든한 줄기를 꺾지 않아요

스러진 것들은 추억이 되고

지키고 있는 것들은 전설이 되죠

사소한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담장의 구기자나무 가지에

붉은 열매 마를 때쯤 가을이 오고

겨울 흰 눈이 쌓이면

당신의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떠오를 거라고 그게 사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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