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전
정이라고 하는 것이 마음에 푸른 멍 같아서
발걸음을 내딛다 조금만 삐끗해도
깊은 통증이 다리를 울립니다
그래도 공연히 온 것은 아닙니다
터질 듯 매미 우는 우산고로쇠 그늘에 앉아
땡볕 쬐는 오르막을 우두커니 바라보다
죽도가 보이는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몽돌은 바다를 점층하며 스스로 깎이고
그 눈물이 스며들어 에메랄드 바다가 되었습니다
누구는 더덕을 키우며 섬의 주인이 되고
나는 솔송나무 휘청이는 전망대에 기대어 서
바다의 주인이 됩니다
너도밤나무는 숲길에 무리 지어 오늘도
지나가는 이들에게 육지 소식을 묻습니다
명이와 삼나물은 잘 자라고 있다고
언제고 오시면 연락 한 번 달라고 합니다
동백나무숲 지나 올때쯤
호박식혜 차갑게 얼려 함박 웃으며
마중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