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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로서 온전하기를

뉴진스-어도어 전속 계약 건 1심 판결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

by 손소현

커버 이미지 출처: X(구 트위터) @NewJeans_ADOR


0. 본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법알못이며, 주식회사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아티스트 뉴진스와 어떠한 직접적 이해관계도 없음을 밝힙니다. 다만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예술인이 주체적으로 노동할 자유와 권리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적습니다. 또한 아직 법원 판결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글을 작성하므로, 실제 판결에서 쓰인 어휘, 문장과 이 글의 것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53_17617882970807_20251030501368.jpg 본문 이미지 출처: 한겨레 김영원 기자


1. 뉴진스와 소속사 어도어 간의 법정 공방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는 뉴진스에게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은 싸움이지만, 만에 하나 뉴진스가 승소한다면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상당히 유의미한 전례를 남기리라 생각했습니다. 뉴진스가 어도어와 전속 계약을 해지할 것을 선언한 당시부터 지금까지 여론은 ‘뉴진스는 어도어에 전속 계약을 맺은 상태이므로 일방적으로 해약을 주장할 수 없다’라는 근거로 마치 뉴진스가 미숙한 억지 주장을 하는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이러한 인식에는 뉴진스 멤버들이 미성년 또는 갓 성인이 된 어린 여성들이라는 점도 한몫했을 거라고 봅니다. 또한, ‘연예인은 소속사의 훈련과 지원 덕에 쉽게 부와 명예를 얻는 직업’이라는 인식도 뉴진스가 대중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게 했을 것입니다.

2. 그러나 이러한 통념과 달리 연예인, 그리고 아이돌은 데뷔하기 이전부터 어린 나이에 많은 경험과 욕구를 통제당한 채로 치열한 훈련과 경쟁을 거쳐야 하며, 데뷔에 성공하더라도 흔히 상상하는 부와 명예를 얻는 일은 극히 일부 성공 사례일 뿐, 대다수는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잊힙니다. 이들은 소속사와 ‘전속 계약’이라는 명목에 따라 독립적인 생활을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3. 하지만 법은 전속 계약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약자에 해당하는 개인의 권익을 보호합니다. 전속 계약 조항이 사회 질서에 반하거나 한쪽에 지나치게 불리한 경우, 민법 제103조(반사회적 법률행위)나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전속 계약의 해지는 원칙적으로 계약서에 명시된 절차를 따르지만, 일방 당사자가 계약 내용을 위반하거나 더 이상 계약 목적 달성이 어려운 경우 해지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4. 따라서, 이번 뉴진스와 어도어의 공방에서 주요 쟁점은 ① 뉴진스와 어도어의 전속 계약 조항 중 뉴진스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사항이 있는가, ② 어도어가 뉴진스와의 계약 내용을 위반하거나 계약 목적 달성(여기에서는 뉴진스의 연예 활동이라 볼 수 있습니다)을 어렵게 했는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5. 한편, 뉴진스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기획, 감독하에 데뷔와 동시에 큰 인기를 얻었으며, 이들의 사이는 매우 돈독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민 전 대표는 작년 4월 25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모회사인 하이브가 뉴진스를 홀대하는 것에 항의하자 부당한 감사 대상이 되었다.’라고 주장한 바가 있으며, 하이브는 이사회를 거쳐 8월 27일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습니다. 뉴진스는 9월 11일 유튜브 라이브로 민희진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하고, 두 달 뒤 어도어에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내용증명 답변 시한일인 2024년 11월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와의 전속 계약 해지를 주장했습니다. 이에 작년 12월 어도어는 뉴진스를 상대로 전속 계약 유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며, 약 11개월 만인 오늘 법원은 뉴진스는 어도어와의 전속 계약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6. 뉴진스의 승소를 응원했던 저로서는 이번 공방과 판결에 매우 아쉬움을 표합니다. 앞서 적었듯이 연예인은 소속사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놓이기 십상입니다. 뉴진스의 경우 운 좋게도 데뷔와 동시에 큰 인지도를 얻었으나, 대한민국 4대 기획사 중 하나인 하이브와 자회사를 상대로 권익을 주장하는 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뉴진스가 대한민국 대중예술계에서 예술인의 권익을 법적으로 쟁취한 유의미한 사례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1심에서 뉴진스는 패소했고, 언론에 보도된 판결 일부를 확인하고 나니 더더욱 안타깝습니다.


7. 법원은 “어도어가 민희진 전 대표를 해임한 것만으로는 뉴진스와 전속 계약을 해지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문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아쉽습니다. 당사자인 뉴진스의 권익은 부차적으로 취급되고 민 전 대표 해임이 주요 쟁점으로 주객이 전도되었습니다. 뉴진스는 민 전 대표와는 독립된 주체로서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해야 합니다.


8. 판결과 동시에 뉴진스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이미 어도어와의 신뢰 관계가 완전히 파탄된 현 상황에서 어도어로 복귀하여 정상적인 연예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전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1심에서 진작에 이것이 더 주요하게 다뤄졌어야 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한 표준계약서에 의하면 기획사는 관리 권한 범위와 한계를 명시하여 예술인의 의사를 존중하도록 하며, 기획사는 예술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앞서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는 자신이 ‘모회사인 하이브가 뉴진스를 홀대한 것을 항의하자 감사가 시작되었다’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또한, 뉴진스와 그룹 일원인 하니는 작년 9월 11일 유튜브 라이브와 10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하이브에서 뉴진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라고 주장한 바도 있습니다. 이 부분이 법적 자문과 판결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되었는지 의문입니다.


9. 판결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에서 한정된 정보에 근거해 펼친 제 주장에 얼마든지 허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건설적인 토의는 감사한 마음으로 환영합니다.


10. 끝으로 뉴진스가 이해 관계자들의 잇속 싸움에 이용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모든 존재들의 권익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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