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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울 Sep 23. 2023

바이올린보다는 피아노

나의 취향

현악기의 대표 주자, 바이올린.

건반악기의 태표 주자, 피아노.

두 악기 모두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배워본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만큼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악기이다.


초등학생 때 학예회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한 적이 있다.

어떤 노래였는지, 연습을 얼마나 했는지, 선생님이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기억이 난다.

손싱크로 바이올린 연주를 했다는 것.

첫 부분은 분명 외운 대로 잘 연주했는데, 중간부터 기억이 안 났다.

그래서 내가 모르는 것을 들킬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눈치껏 활을 움직였다.

무대가 끝난 후 아무도 내게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을 보니, 다행히 나는 그 사실을 들키지 않은 것 같다.

그 뒤로 바이올린은 내게 퍽 유쾌한 느낌의 악기는 아니게 됐다.

바이올린 특유의 허스키한 느낌의 소리도 별로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구슬펐다.


피아노는 개인레슨으로 먼저 배웠다가 나중엔 학원을 다녔다.

처음에는 왼손과 오른손을 따로 움직이며 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웠는데, 연습을 하다 보니 실력이 늘었고,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콩쿠르 대회에 나가서 입상도 했다.

물론 좋은 성적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대회에 대한 기억은 비교적 선명히 남아있다.

열심히 연주하는데 중간에 연주를 멈추게 했고, 당황한 나는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그대로 탕 내리쳤다.

여러 음이 쾅하고 동시에 쳐졌고, 난 인사를 하고 나왔다.

피아노 선생님께서는 왜 그렇게 화를 냈냐고 하셨고, 난 그게 아니라며 설명한 기억이 난다.

그 일 뒤로도 난 계속 피아노를 쳤다.

맑고 단단하면서 여린 음색을 내는 피아노 소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구슬픈 소리보다는 맑은 소리를 좋아하는 취향은 어른이 된 뒤로도 유효했다.

허스키하며 호소력 짙은 가수의 목소리보다 맑고 청아한 노래를 하는 가수의 목소리를 더 좋아한다.

피아노로도 충분히 우울하고 슬픈 연주를 할 수 있지만, 그 음색은 우울하고 슬프더라도 결국은 맑다.

맑은 걸 좋아하는 내게, 맑은 것들이 가득 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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