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서점에 가는 걸 좋아한다.
새 책을 파는 일반 서점과는 다르게,
중고 서점에서는 손때가 묻는 책들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손때 묻은 책이 주는 느낌이 좋다.
한 번은 책에서 편지를 발견한 적이 있다.
책의 첫 장 여백에 쓴 연애편지였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들의 연애를 살짝 훔쳐본 기분이 들었다.
편지를 주고받은 이 사람들은 어디 사는 누구일까?
어떤 연애를 했을까?
헤어져서 이 책을 판 걸까 아니면 연애 시절 선물 받은 책이라는 걸 잊고 팔아버린 것일까?
누군가가 꽂아둔 메모지를 발견하기도 했다.
사람의 이름과 전화번호, 빵 이름이 적힌 쪽지였다.
메모를 해서 책 사이에 끼워둔 걸 깜빡 잊고 이 책을 중고서점에 판 걸까?
결국 그 빵을 사 먹었을까? 아니면 선물했을까?
손때 묻은 책에는 내가 이 책을 만나기 전의 과거가 남아있다.
손길이 지나간 흔적과 시간이 흘러 빛바랜 종이가 그 시절을 생각해보게 한다.
지금 내가 읽는 이 책은 세월이 지나도 또 누군가에게 읽히며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되겠지?
세월이 지나 누군가가 나의 흔적이 남아있는 책을 읽는다면, 그때의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오늘도 나는 중고 서점에서 산 책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