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가기 위해 난 19년 간 살던 고향을 떠났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그 지역 근처에 직장을 잡았다.
그래서 20살 때부터 지금까지 내 주변에 가족이나 고향 친구는 없었다.
가족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날 힘들게 하고, 세상을 원망하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런 존재도, 없으니 쓸쓸하긴 했다.
가끔 가족이나 고향 친구가 내가 사는 곳에 놀러 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3시간 이상 걸리는 그 거리를, 보고 싶다는 이유로 매번 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곳에서 알게 된 지인, 대학 동기를 아주 가끔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내 마음을 편하게 터놓을 수 있는 그런 관계는 또 아니기에,
나는 나와 혼자 보내는 시간이 익숙해졌다.
그 대신 내게는 항상 네가 있었다.
매일 연락을 하고, 안부를 물으며, 나의 일상에 관심을 가져주는 너.
네 존재는 내가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정말 몇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아프면 약을 사다 주고, 함께 병원에 가주는 사람.
나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나를 웃음이 많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사람.
무엇을 하든 함께라면 그냥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게 해 준 사람.
그게 바로 너였다.
그러던 네가 군대에 갔다.
하지만 난 일하느라 바빴기에 괜찮았다.
아니 사실 종종 외롭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그래도 다행히 난 나와의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이었고, 내가 힘들면 넌 내게 와주었다.
내가 외로울 것이라는 걸 네가 아는 걸까.
나의 외로움을 네게 들키고 싶지는 않은데.
난 고향을 떠나 쓸쓸한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자주 느낀다.
고향에 가도 더 이상 그곳은 내 고향이 아니고,
나의 거주지에 있어도 이곳은 내가 잠시 머무를 곳이니.
언젠가는 이방인 같은 삶에서 벗어나, 정착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