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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울 Oct 12. 2023

아픈데, 혼자라는 것

나의 감정

나는 면역력이 약한 편이다.

그래서 몸 이곳저곳이 참 자주 아프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조금이라도 피곤이 쌓이면 바로 이곳저곳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소화불량 및 급체, 코감기, 목감기, 두드러기, 대상포진, 생리통 등 스트레스에 따른 신체반응도 참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스트레스가 누적이 되면 생리통이 너무 심하다.

아랫배는 썩은 이를 한가득 품고 있는 것처럼 아리듯이 아파오고, 허리는 근육이 찢어질 듯이 쑤셔오고, 속은 술을 밤새 마셔서 다음날 숙취가 한꺼번에 몰려오듯 울렁거린다.


나는 그런 날을 대비해서 약을 이곳저곳에 두는 편이다.

항상 들고 다니는 가방 속, 침대 옆 수납장, 회사 사물함, 자동차 콘솔박스 등.

내 손이 금방 닿을 수 있는 그런 곳들에 말이다.

그런데 하필 약이 똑 떨어져서 그 고통을 견뎌야 하는 날들도 있다.

가족과 함께 살 때는 약이 떨어지면 가족들이 사다 주었고, 남자친구가 가까이 있을 때는 남자친구가 챙겨주었다.

하지만 아무도 내게 와줄 수 없는데 너무 아프면, 그저 시간이 흐르길 참으며 기다린다.

밖에 나가서 약을 사 올 수 없을 정도로 아프기 때문이다.


혼자서 아파본 사람은 알 것이다.

누가 같이 있다고 나 대신 아파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내 곁에 누가 없다는 게 참 서럽다.

난, 심한 고통과 아픈 것에 대한 억울함, 혼자라는 서러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엉엉 울기도 한다.

그렇게 땀과 눈물로 얼굴이 뒤범벅될 때까지 울다가 지쳐서 잠을 잔다.

그러고 나면 통증은 좀 가시고, 그제야 약을 사러 나간다.


아픈데 혼자라는 것은 날 간호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나에게 더 벌을 주는 기분이다.

평소에 몸 관리를 잘했더라면, 스트레스 관리를 잘했더라면 이렇게 아프지 않을 텐데, 라며 스스로를 원망한다.

약이라도 미리 사두지, 라며 스스로를 다그친다.

아픈 것도 힘든데, 내 머릿속에서는 자신에 대한 잔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혼자 아플 때의 서러움을 알고 있어서 그런가,

가 아픈 날 안아주고 챙겨줄 때면 마음이 참 뭉클하다.

멎지 않는 기침 때문에 계속 콜록거리면 날 꽉 안아주던 남자친구.

배가 아프다는 말에 내 배를 살살 만져주던 우리 엄마.

아픈 날이면, 혼자 아픈 날이면, 유독 그 따뜻한 손길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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