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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오랜만에 온 연락

by 유울

올해는 내 교직 역사상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내는 중이다.

교권 추락을 온몸으로 느끼며, 월요일마다 출근이 두려워 일요일 밤을 눈물로 보내며 지내고 있다.

힘들어서 그런지, 작년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났다.

우리 행복반 곰돌이들.


분명히 내 전화번호를 알려줬는데, 아무도 연락이 없어서 내 연락처는 왜 가져갔나, 했는데.

어제 드디어 처음으로 연락이 왔다.

"선생님"으로 시작하는 연락이었다.

"왜~?"라고 하니

"그냥 보고 싶어서요."


울컥하고 눈물이 나올 뻔했다.

반가운 마음에 와다다다 나의 마음을 쏟아부었다.

"ㅎㅎ 앞으로도 종종 선생님 생각나면 연락해도 돼~ 늘 응원하고 사랑하는 거 알지?ㅎㅎ 00이 3학년 생활도 응원할게! 파이팅"

그 뒤로도 카톡은 이어졌다. 하지만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보고 싶은 마음만 더 커졌다.



교사로 지내면서 뿌듯한 순간은 사실 몇 없다.

중등은 어떤지 몰라도, 초등, 특히나 저학년만 몇 년째 맡고 있는 내게는, 그렇게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같은 잔소리만 반복하게 되어서 오히려 힘들 때가 많다.

같은 말 계속한다고 아이들은 금방 변하지 않는다.

정말 많은 인내가 필요한 직업이기에, 늘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나의 감정을 아이들에게 쏟아붓고 싶지 않아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려 노력하다 보면, 그렇게 참다 보면 하루가 지나가고, 일주일이 끝나있다. 그러한 일상들이 쌓이고 쌓여, 일 년은 정말 금방 지나간다.


지식을 가르치는 보람도 없고, 생활지도를 했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지만,

내가 일 년 동안 쏟아부은 나의 진심과 마음이 아이들과 닿았음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내 생일은 어떻게 안 건지 연락해 주는 학생, 선생님이 보고 싶다며 뜬금없이 카톡을 하는 학생.

이럴 때는 나의 마음이 너희에게도 닿은 것 같아서 괜스레 울컥한다.

나의 일 년이 헛된 건 아닌 것 같아서 안심이 된다.

그리고 그 일들이 또다시 내가 일 년을 버틸 힘이 되어준다.


보고 싶어, 곰돌이들.

잘 지내, 행복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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