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생 때까지 살았던 집은 이제 없다. 대학생 때 그곳이 재개발되어 부모님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셨기 때문이다. 그 집이 사라지자, 나의 추억도 함께 없어진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시장이 열리는 곳이라 ‘시장마당’이라고 불리던 넓은 터의 가장자리에는 식당이나 집이 즐비했다. 그중 미용실과 가정집 사이에 있는 좁은 골목길에 들어가면, 초록색 대문인 우리 집이 보였다.
그 골목길에서 대문까지 가려면 작은 언덕을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했다. 지금이야 작다고 표현하지만, 어릴 때는 그 언덕이 드높은 산 같았다. 처음으로 두 발 자전거를 탈 때도, 인라인스케이트를 탈 때도 모두 걸림돌이 되었으니까. 그곳에서는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가 끌고 내려와야 했고, 인라인을 벗어두고 맨발로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했다. 어리고 작고, 자전거와 인라인 타기가 서툰 내게는 그걸 타고 언덕을 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었다.
그 골목길에는 다른 추억도 많다. 말 안 듣던 둘째 동생을 집에서 끌고 나와서 그곳에서 소리 지르며 싸웠다. “싸울 거면 나가서 싸워.”라는 아빠의 호통 때문이었다. ‘나가서 싸우라면 나가지 뭐!’라고 생각하며 동생 팔을 잡고 질질 끌고 나와 언성을 높이며 말싸움을 했고, 그런 우리를 보며 엄마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외동딸인 엄마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그냥 쌈닭이었으니까.
아빠가 사준, 어른들이 타는 큰 두 발 자전거를 타고 동생들과 나란히 그 언덕을 올라 시장마당을 지나 여기저기 쌩쌩 다녔던 기억도 난다.
그 높은 산 같던 곳이 언덕이 되더니, 이제는 영원히 볼 수 없게 사라졌다. 그래도 그 언덕은 아직 내 마음속에 살아있다. 내 마음에는 그 언덕에서 자전거를 끌어주던 아빠가 보이고, 인라인을 함께 벗었다가 채웠던 동생들이 보이고, 우리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던 엄마가 보인다. 그 언덕과 골목은 사라졌지만, 내 마음속 언덕과 골목은 평생 존재할 것이다. 나의 소중한 추억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