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물건

by 유울

사람들은 보통 몇 년 쯤 되어야 오래된 물건이라고 부를까? 5년? 10년?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 중 가장 오래된 건, 15년 전에 샀던 맨투맨이다.


그 맨투맨은 엄마와 동생들과 함께 옷을 사러 갈 때 구입한 것이다. 우리는 총 두 벌씩 옷을 고를 수 있었는데, 난 그때 그 맨투맨이 첫눈에 마음에 들었다. 나그랑 모양이라 팔 부분과 몸통 부분의 색이 달랐다. 몸통은 남색이고, 팔 부분은 흰색과 검은색, 회색의 점들이 섞인 무늬였다. 그 맨투맨이 마음에 든 이유는 색깔이 무난하고, 두께가 적당해서 입어도 답답하거나 덥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그렇게 화려하진 않지만 개성이 있으면서 적당히 다른 옷과 조화롭다는 점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나를 닮은 것 같았다.


그 옷은 매년 나의 가을, 겨울을 책임져 주었다. 때로는 단벌로, 때로는 교복 셔츠와 함께, 때로는 대학교 엠티 시간에, 그보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로는 잠옷으로. 그 세월을 견뎌오며 나의 맨투맨은 색이 바래고, 소매가 뜯어져 너덜너덜해졌다.


어느날, 그 옷을 보는데 나이 든 우리 부모님이 떠올랐다. 처음에 부모님 생각이 난 이유는, 부모님은 새 옷을 안 사 입으시고, 오래된 옷만 입으시는 것 같다는 자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뒤로 그 옷을 보면서, 생생하게 어릴 때 우리를 낳아, 나의 성장과 함께 나이들고 낡고 아파지는 우리 부모님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 맨투맨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날이면 양손 가득 부모님의 옷을 사갔다. “뭘 이런 걸 사왔어.”라고 하는 말에는 나에 대한 걱정과 고마움이 담겨 있었고, 나는 “이제 낡은 건 좀 버려.”라며 당신들의 젊음과 세월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했다.


옷장 한구석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맨투맨을, 아주 오랜만에 꺼내보았다. 그리고 한 번 쓰다듬어보고, 한 번 더 만져보았다. ‘이제 널 보내줄 때가 된 것 같아.’ 마지막으로 그 옷을 입고 셀카를 찍었다. 소중했던 나의 맨투맨과는 그렇게 작별을 했다. 언젠가 부모님과도 이런 이별의 순간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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