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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울 Oct 29. 2023

술 한 잔 하고 싶은 친구

나의 생각

내 인간관계는 정말 좁다.

이렇게 좁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좁다.

그 흔한 단톡방도 가족 톡방 하나밖에 없다.

난 친구들을 한 명씩 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친구들은 서로의 얼굴도 알지 못한다.




첫 만남이 기억도 안나는 굉장히 오래된 친구가 한 명 있다.

만난 지는 오래됐지만 우리가 친해진 건 고등학생 때였고, 그보다 더 가까워진 건 서로 다른 대학에 갔을 때였다.

먼 곳에 있지만 잘 통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서로를 대하는 마음의 크기가 비슷해서 편안했다.


내가 그 친구를 만나면 꼭 하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술 한 잔 마시는 일.


이 친구와 술 한 잔 하면,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할 얘기가 많다.

옛날 얘기부터 지금 나의 이야기까지 하다 보면 술은 금방 동나고, 나는 금세 취해있다.


나는 왜 이 친구랑 술을 마시면 유독 술맛이 좋은 걸까, 생각해 봤다.

그 친구와 술을 마시면 정말 마음 편하게 취할 수 있다.

나의 이상하고 못난 모습을 보여줘도 되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냥 내 과거를 기억해 주고,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라, 그래서 편하고 좋은 것 같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엉엉 울며 전화를 걸면, 숨소리와 말 몇 마디로도 나의 고민들을 다 파악하고 이해해 준다.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은 마음으로 전화를 걸면, 특유의 입담으로 날 또 금방 웃게 만들어준다.


요즘은 서로가 바빠서 쉽게 만나지도, 자주 연락을 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이 친구의 존재 자체가 고마워서 그걸로 위로가 된다.


잘 지내고 있냐, 이 녀석아.


이 친구와의 술 한 잔이 또 그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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