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울 Nov 07. 2023

있다 없으니까

D-43

있다 없으니까 숨을 쉴 수 없다는 노래 가사처럼, 늘 있던 네가 없으니 나도 쓸쓸하고 외로웠다.

별 것 아닌 걸로도 몇 시간을 떠들며 함께 웃던 우리였다.

기분 나쁜 일도 너와 이야기하다 보면 금세 마음이 괜찮아지고는 했다.

그래서 그런가, 네가 떠난 그 자리는 내 생각보다 더 텅 빈 느낌이 들어 처음엔 마음이 뚫린 것 같았다.


게다가 하필 너는 봄에 군대를 갔다.

벚꽃이 만개하고, 개나리가 노랗게 자태를 뽐내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나들이를 가는 그런 계절인 봄에.

그래서 나는 더 외로웠다.

거리에 보이는 커플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도 남자친구 있는데.’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널 군대에 보내면 계속 외롭고 그리울 줄 알았는데, 난 생각보다 금방 괜찮아졌다.


너와 함께 보내던 시간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이런저런 취미들로 채워갔다. 책도 읽고, 만들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혼자 노는 방법을 터득해 갔다.

그래서 너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리거나 걱정을 하는 날보다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날이 더 많아졌다.


혼자가 되어 외로울 것 같았는데, 이 또한 생각보다 괜찮았다. 혼자 있다고 기분이 밑바닥으로 가라앉거나, 세상에 덩그러니 버려진 느낌은 없었다.

왜냐하면 물리적 거리는 떨어져 있더라도, 너와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전화도 하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만나서 데이트도 해서, 내 마음에 네가 없을 틈이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네가 입대를 하기 전에, 내 세상은 온통 너였는데.

그래서 네가 없을 거라고 상상하니 너무 겁나고 두려웠는데.

네가 없는데도 나의 세상이 이렇게 잘 돌아가다니.

내 세상에 네가 없기도 하고, 있기도 하고, 반쯤 걸쳐있기도 하면서 그냥 나는 나대로 내 세상을 꾸려나갔다.


나의 이 이상한 세상에 대해 네게 이야기를 했다.

“정말 이상하다. 네가 없는데도 내가 잘 지낸다.”라고.

그랬더니 너는 “혼자서도 잘 지내서, 오히려 다행이다.”라며 안도했다.

나라면 혼자서도 잘 지낸다는 말이 좀 서운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도‘그런 너라서 다행이다.’ 싶었다.

내가 없더라도 네가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 이게 사랑인 것 같아서.

이전 01화 너를 나라에 뺏겼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