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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울 Nov 14. 2023

나에게 몰빵한 휴가

D-36

군인에게 휴가란 직장인의 월급만큼 소중한 것이다. (남자친구 피셜)

그리고 군인의 여자친구에게도 휴가란 드디어 남자친구와 편하게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다. (내 피셜)

하지만 휴가는 의외로 커플들의 갈등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유명한 곰신 카페에서는 종종 이런 종류의 고민이 올라온다.

남자친구가 휴가 나와서까지 군대 동기들이랑 논다, 휴가 나오는데 나랑 보내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식의 고민들.

여자친구의 입장은 안 그래도 평소에 데이트를 자주 못하는데, 휴가 나와서는 나랑 더 놀아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군인 남자친구는 입장이 또 다르다.

군대 간 남자에게 휴가는 아주 소중한 자유시간이고, 그 시간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적절히 분배하여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억눌려온 것들을 해방시킬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것도 잔뜩 해야 한다.

어쩌면 남자가 제일 하고 싶은 게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편한 친구들과 피시방을 가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어떤 사람은 하루는 여자친구를 봤으니 나머지 시간은 내 마음대로 보내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의 휴가를 떠올려봤다.

휴가는 너에게는 숨통이 되었고, 나에게는 너를 잊지 못할 이유가 되었다.


남자친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상해졌다.

평소보다 표정이 많이 안 좋고, 목소리에 기운이 없고, 눈에 생기가 부족했다.

그쯤 되면 휴가를 나올 시기가 된 것이었다.

넌 휴가 나와서 나랑 데이트도 하고, 게임도 하고, 맛있는 것들도 먹으며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군으로 복귀했다.


나도 네가 휴가에 나올 때가 되면 이상해졌다.

평소보다 기운이 나고, 세상이 밝아 보이고, 날 힘들게 하는 것들에게도 너그러워졌다.

나도 너를 만나 데이트를 하고, 게임도 하고, 맛있는 것들을 먹으면 행복했고, 그다음 너와의 만남을 기대했다.




얼마 전에 남자친구 군대 동기들이 남자친구의 휴가 일정을 보더니, “뭔 휴가를 이렇게 이상하게 나갔어?”라고 했단다.

보통 군인들은 평일은 근무를 하고 주말은 쉬기 때문에, 휴가를 나간다면 평일에 많이 나간다.

그런데 내 남자친구는 내가 직장인이라 평일에 휴가를 나오면 나와 시간을 많이 못 보내서 항상 내게 맞춰서 주말이나 연휴를 끼고 나왔다.

직장인으로 따지자면, 주말에 연차를 내는 좀 억울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이야기들을 듣고, 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급 미안한 마음이 몰려왔다.


“나 때문에 00 이는 남들보다 근무 일수가 많겠네. 뭔가 좀 미안하네..”

“네가 미안할 일은 아니지. 내가 좋아서 그렇게 나온 건데.”


이 사랑꾼에게 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인 남자친구님, 여자친구는 당신과 보내는 그 휴가가 정말 너무 소중해요.

그러니까 웬만하면 휴가는 여자친구랑 많이 보내줘요.


그리고 내 남자친구야, 나에게 너의 휴가 대부분을 써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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