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울 Nov 09. 2023

죽음이 두려운 이유

나의 생각

죽음의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른다.

그래서 죽음이 두려웠고, 무서웠다.

직접 죽어본 적이 없으니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죽으면 나의 세상은 끝나는 것이기에 두려워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죽음이 두렵다.




내가 처음 겪은 죽음은 먼 친척의 죽음이었다.

난 부모님을 통해 그 사실을 들었고, 성함도 잘 모르는 친척이었기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차분했다. 마음이 안 좋기는 했지만, 그건 돌아가신 분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과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난 생각보다 많이 슬프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한동안 누워서 울기만 하셨다. 걱정하는 우리에게 괜찮다고 말씀하시며 계속 우셨다.


두 번째로 겪은 죽음은 우리 외할아버지의 죽음이었다.

나를 그 누구보다 사랑해 준 우리 할아버지였기에, 난 큰 좌절과 상실감을 경험했다. 엄마와 전화를 하실 때도, 병원에 큰 수술을 받으러 가기 직전에도, 임종을 앞두신 때에도 할아버지는 내 이름을 가장 먼저 부르셨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너무나도 멀리 있었기에, 늘 나를 먼저 생각하신 할아버지의 곁을, 지켜드리지 못했다.


키도 크고 말랐지만 근육이 많아서 덩치가 좋은 우리 할아버지였는데, 아픈 할아버지는 수분을 다 빼앗긴 나무처럼 앙상해져 있었다. 병마와 싸우는 것을 고통스러워하셔서, 할머니께 본인을 죽여달라고까지 하셨다고 한다. 몸이 더 안 좋아지실 때마다, 할아버지는 이럴 줄 알았으면 맛있는 것도 더 많이 먹고, 좋은 옷도 많이 사 입고, 좋은 데도 많이 다닐 것이라며 후회하셨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결국, 나의 곁을, 우리의 곁을 떠나셨다.




분명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나, 죽음까지로 가는 그 과정이 고통스러운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남겨진 이들에게는 마음속에 큰 구멍이 생긴 듯 그리움만 남기는 힘든 일이었다.


난 아직도 할아버지가 생각나고, 사무치게 그립다.

외갓집에 놀러 가면 날 보며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 고추밭에서 농약을 뿌리시던 모습,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며 행복해하시던 모습, 경운기를 운전하시던 모습. 아직도 다 눈에 선하다.


가끔은 꿈에 찾아오시고, 사진과 영상으로 남아계시는 우리 할아버지. 죽음이 할아버지의 곁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난 예전보다는 죽음이 덜 두려운 것 같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내 곁을 떠난다면 나의 죽음은 그들의 곁으로 가는 일일테니 두려운 마음은 더 줄어들겠지.


그래도, 난 가까운 이들이 죽는 걸 보고 싶지 않다.

여전히 내게 죽음은 두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타인이 죽는다는 건 내가 고통스러운 것이고, 내가 죽는다는 건 타인이 힘든 일일 테니까.

하지만 죽음이 어디론가 온다면, 그 또한 그냥 받아들여야겠지. 그건 내가 어쩔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

그래서 죽음이 두렵다. 난 준비가 안 됐는데, 당장 빼앗아가고 받아들이라고 하는 거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삶의 고단함을 위로받는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