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빈 속에 위액만 나와서 속이 쓰린 것 같은 느낌.
속이 따뜻하고 든든하지 않아서, 텅 비어버린 듯한 그 느낌.
난 그런 느낌이 드는 허기가 참 싫다.
좋은 것만 내 안에 채워 넣을 수는 없기에,
가끔은 그냥 그 허기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난 내 위에도, 내 마음에도 허기가 찾아오게 하고 싶지 않다.
허기는 나에게 갈망을 일으켜 날 더 든든한 상태가 되게 해 준다.
하지만 너무 큰 허기는 내가 폭식하게 만든다.
공복감이 클수록 그 안을 채우고 싶다는 욕구는 강렬해진다.
그 욕구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기에는 난 아직 미숙하다.
그래서 그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영양가 없는 것들을 내 안에 가득 넣으려고 한다.
그렇게 먹고 나면 내 배는 터질 것 같이 빵빵해지고, 이내 허기졌던 속은 울렁거림과 더부룩함으로 또 한 번의 고통을 겪는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말들은 나를 터질 것처럼 빵빵하게 만든다.
나는 듣고 싶지 않고, 반응해주고 싶지 않고,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또 내 안은 터질 것 같이 아파오고 버거워진다.
음식은 그냥 적당히 조절해서 먹으면 된다지만, 넘치는 이 이야기들은 도대체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것일까.
소화도 안 될 정도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날 병들게 한다.
난 종종 인간관계에도 허기를 느낀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사람이나 만나면 또 나는 울렁거리고 더부룩해져서 힘들어진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땅에 떨어진 걸 먹거나 상한 음식을 먹으면 체하는 법이다.
그럴 때일수록 가려서 먹어야 한다.
더 좋은 음식, 더 영양가 있는 음식, 내게 더 필요한 음식으로 말이다.
사람이 그리울수록 더 좋은 사람, 나와 잘 맞고 상식이 통하는 사람을 골라 만나야 하는 것인데, 그런 사람 찾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허기, 공허함.
인간이라면, 동물이라면 느낄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난 허기를 느끼기 전에 스스로에게 영양분을 공급해 줘서, 과식하거나 급하게 먹어서 체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최악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그나마 좀 나을 때 얼른 탈출해서 내가 덜 아프고 덜 다치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