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여행의 첫날부터 여러 가지 그림책을 탐색했기 때문일까. 단 하루였을 뿐인데도 그림책에 대한 시야가 한층 넓어진 기분이었다. 약 3일간의 여행 일정 중 1/3을 사용한 셈. 둘째 날부터는 하카타역을 벗어나 후쿠오카의 시내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텐진으로 향했다.
준쿠도 서점 후쿠오카(JUNKUDO Fukuoka, ジュンク堂書店 福岡店)
준쿠도 또한 어제 방문했던 마루젠, 기노쿠니야처럼 일본 내에서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서점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마루젠과 준쿠도는 일본 내 서점에 대한 재정악화로 각각 2008년, 2009년 유통회사인 '대일본인쇄'의 자회사가 되었다고 한다. 인수합병이 되었다고 표현하면 될까? 그래서 그런지 마루젠&준쿠도 서점이라는 네이밍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뭐, 비슷한 시스템을 공유할 수도 있으나 내가 방문했던 지점은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텐진역과 텐진미나미역 사이에 위치한 준쿠도 서점 후쿠오카. 아무래도 한국 관광객들이 후쿠오카에서 많이 찾는 장소가 텐진이기 때문에, 이 서점 또한 접근성이 아주 좋다고 할 수 있다. 텐진 일대를 돌아다니다 드디어 서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외관은 서점의 느낌이 크지 않아 자칫 지나칠 뻔했다.)
일어와 한자로 적힌 간판 때문에, 자칫하면 지나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준쿠도 서점 후쿠오카점에 무사히 도착! 보통 서점이라 하면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책들이 꽂혀있는 모습이 떠오르는데, 준쿠도 서점은 통유리에 공간감이 잘 느껴져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또 어떤 경험들을 하게 될까.
(문구 덕후들이 보면 환장할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준쿠도 서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좌측에 귀여운 문구류가 눈에 띄었다. 마치 마루젠 서점의 굿즈 + 기노쿠니야 서점의 차분한 분위기가 합쳐진 느낌이랄까? 만족도로만 따지만 준쿠도 서점의 첫인상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대부분의 노트, 문구류는 견본이 있어 편하게 구경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장점이었다. 문구류를 구경하다, 어떤 단어 하나가 내 눈에 띄었다.
다시 만난 EHONS
(주로 메모 위주의 상품이었는데, 아쉽게도 노라네코는 보이지 않았다.)
그건 바로 마루젠 서점에서 봤었던 EHONS 코너. 분명 여긴 준쿠도 서점인데, 왜 마루젠 서점의 EHONS가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순간 의문이 들었으나 나중에서야 마루젠과 준쿠도가 합병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마 여러 이유로 이런 시스템은 두 서점이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 다시 그림책 관련 상품을 보게 되어 반가운 기분이었다.
마루젠 서점에 비해서는 아주 소규모였으며, 다른 상품보다는 수첩, 메모지, 마스킹테이프가 주를 이루었다. 그렇기에 이걸 위해 준쿠도 서점에 방문하기보다는, 서점을 방문하며 이쪽도 편하게 구경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쿠도 서점은 필기구 판매 코너가 따로 존재하고, 세분화가 되어 있어 이곳에서는 한정된 물품만 파는 것 같았다.
(한 층만 더 올라가면 그림책이...!)
준쿠도 서점의 1층은 다양한 서적과 잡지류를 판매하고 계산 카운터가 있었다. 내 목적은 3층, 아동서적 코너였다. 이곳에 그림책들이 있을 터. 이 서점은 지금까지 방문했던 서점들 중에서 가장 널찍하고 여유로움이 느껴져, 편하게 돌아다니기 좋았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마다 약간의 매대가 있어 매대 상품을 구경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2층에 아마 필기구를 취급하는 코너가 크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층이 확실하진 않다). 2층 에스컬레이터 주변에는 이렇듯 독서와 관련된 상품이 존재했는데, 다양한 디자인의 북커버라던가 북마크를 구경할 수 있었다. 준쿠도 서점은 다른 상품보다 독서/필기 위주의 상품이 많아, 이곳만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해피버스데이!
에스컬레이터 근처에 또 다른 매대가 있었다. 아트박스 같은 곳을 가면 입구 쪽에 존재하는 카드 코너. 준쿠도 서점에서 이런 카드 코너를 발견한 것이다. 카드뿐만 아니라 커다란 가랜드가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캐릭터 상품을 거의 못 보던 찰나에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을 발견하다니. 사실 그림책 코너는 발을 들이지도 못했지만 우선 이 쪽을 구경하기로 했다.
(모프샌드 고양이들이 유난히 귀여웠다.)
모프샌드 캐릭터부터 시작해서 짱구, 미피, 노라네코군단 등 캐릭터가 엄청 다양한 건 아니나 카드와 가랜드의 수는 꽤 되는 것 같았다. 가챠에서 보던 모프샌드는 실제로 그림을 보니 더 구매욕구가 생길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구도 노리코 작가의 노라네코군단이 여기에 끼어있다니. 일본 내에서 노라네코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는 부분이었다.
(노랑노랑한 색감이 마음에 들었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내 손에 다양한 노라네코군단의 카드가 있었다. 2개는 가족을 위해, 남은 2개는 나를 위해. 특히 축하해(おめでとう) 가랜드는 가장 마음에 들었기에 지금도 집 한편에 전시되어 있다. 그 외에는 감사카드, 생일축하카드. 전부 입체카드라 노라네코군단의 귀여움과 생동감이 느껴지는 카드들이었다.
생일이 지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생일축하를 받은 기분. 준쿠도 서점에서 느낀 감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감정이었다. 나에게 행복과 위로를 동시에 주는 캐릭터. 이 캐릭터들을 손에 쥔 채 그림책이 나를 기다리는 3층으로 향했다.